목회자의 방 185

반장 선거

아들이 몇 차례 반장 선거에 도전했다. 그리고 오늘이 아마도 세번째 정도 되는 것 같다. 아쉽게도 한 표 차이로 반장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들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 내가 국민학교 4학년이었을 때, 반 회장 선거를 했는데, 두 표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내가 한 표, 그리고 또 누군가가 한 표. (그 한표는 누가 냈을까? ㅋ) 많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 이후로 다시는 선거에 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아들은 오늘까지 세번이나 도전했고 다음에도 또 도전하겠다고 한다. 아들이지만, 그에게서 교훈을 얻는다. 물러서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마음가짐 ... 때로는 어린이의 단순함이 부럽다. 미래를 향해 마냥 긍정적인 그들의 순수함이.

술 주세요!

편의점 알바 중이다. 매일 마다 비슷한 시간에 술을 사러 오는 손님이 있다. '술 주세요!' 소주 몇 병에, 맥주 몇 병 ... 브랜드 또는 병개수가 거의 같다. '하나님, 목사가 술 가격을 계산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나 기도할 기회를 삼사오니, 지금 이 술이 이 분 인생의 마지막 술이 되게 하옵소서.' 매번 기도한다. 편의점 일을 하면서, 술에 취한 사람을 오랜만에 가까이에서 본다. 술에 취하면 기분도 좋고, 스트레스도 풀고 ... 그렇게 좋은가 보다.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기에, 뭐라도 취해야 사는가보다. 술에 취하든, 돈에 취하든, 아니면 성공에 취하든. 나는 목사 아닌가. 목사 이전에 하나님 자녀 아닌가. 나는 하나님의 말씀에 듬뿍 취해보고 싶다. 성령에 취해 보고 싶다. 기도에 깊이 취해보고..

액션! 하는 순간

배우 최민식이 인터뷰 중에 말한다. '감독이 액션! 하는 순간 배우는 그 사람이 돼 있어야 한다' 20대 초에, 잠시 배우가 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배우가 아닌 목사가 되어보니, 실은 목사도 배우인 듯 하다. 하나님이 액션!하면 목사는 하나님이 원하는 그 사람이 돼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현실을 보니, 아직, 진짜 배우가 아닌 듯 하다. 진짜가 돼야지.

1. 알바를 하던 중 코피를 흘렸다. 손님도 놀래고 나도 놀랬다. 피곤했던 건 아니다. 그런데 왜? ... 아무튼. 허겁지겁 피를 닦았다. 2. 피는 사람을 당황케한다. 놀라게한다. 긴장하게 만든다. 두렵다. 빨리 수습하고 처리하고 싶은 것이 피다. 그래서 일까. 예수님의 피를 어서 빨리 닦고 싶을 때가 있다. 예수님이 흘린 피 ... 왠지 나도 흘려야 할 것 같아서 ... 3. 얼른 닦아내고 싶어 안달이다. 덕분에, 깨끗해졌다. 멀끔해졌다. 호감 가도록 매력적이게 되었다. 그런데 왜일까? 피를 수습했더니 하나님이 막연하게 느껴진다. 복음이, 뿌연 안개와 같다. 말씀의 해상도가 떨어진다. 피를 수습했더니, 생명이 식어진 듯 하다. "피는 생명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