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방/목회 단상 126

누군가가 같이 하면 되는데 ...

1. 중학교 때의 일이다. 수학 시간이 되었는데, 그만 숙제를 못 해 온 것이다. 옆에 있던 친구가 걱정을 했다. 그도 숙제를 못 해온 것이다.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너 숙제 했니?' 내가 대답했다. '아니' 순간, 친구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 친구는 나와 가까운 사이였는데, 순간, 나와 동질감을 느꼈던 것이다. 2. 상상컨대, 친구의 생각이 다음과 같지 않았을까. '나 혼자만 숙제 안 한 것이 아니라 성우도 숙제를 안 했구나. 혼자만 매 맞고, 혼자만 창피함 당하는 것이 아니라, 성우도 함께 당하겠구나. 성우가 곁에 있어서 다행이다.' 친구는 비록 숙제를 못 해 왔지만, 나와 함께 하였기에, 그나마 수학 시간을 은혜롭게(?) 보낼 수 있었다. 3.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하는 것이 왜 어려울까.' 곰..

반장 선거

아들이 몇 차례 반장 선거에 도전했다. 그리고 오늘이 아마도 세번째 정도 되는 것 같다. 아쉽게도 한 표 차이로 반장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들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 내가 국민학교 4학년이었을 때, 반 회장 선거를 했는데, 두 표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내가 한 표, 그리고 또 누군가가 한 표. (그 한표는 누가 냈을까? ㅋ) 많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 이후로 다시는 선거에 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아들은 오늘까지 세번이나 도전했고 다음에도 또 도전하겠다고 한다. 아들이지만, 그에게서 교훈을 얻는다. 물러서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마음가짐 ... 때로는 어린이의 단순함이 부럽다. 미래를 향해 마냥 긍정적인 그들의 순수함이.

술 주세요!

편의점 알바 중이다. 매일 마다 비슷한 시간에 술을 사러 오는 손님이 있다. '술 주세요!' 소주 몇 병에, 맥주 몇 병 ... 브랜드 또는 병개수가 거의 같다. '하나님, 목사가 술 가격을 계산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나 기도할 기회를 삼사오니, 지금 이 술이 이 분 인생의 마지막 술이 되게 하옵소서.' 매번 기도한다. 편의점 일을 하면서, 술에 취한 사람을 오랜만에 가까이에서 본다. 술에 취하면 기분도 좋고, 스트레스도 풀고 ... 그렇게 좋은가 보다.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기에, 뭐라도 취해야 사는가보다. 술에 취하든, 돈에 취하든, 아니면 성공에 취하든. 나는 목사 아닌가. 목사 이전에 하나님 자녀 아닌가. 나는 하나님의 말씀에 듬뿍 취해보고 싶다. 성령에 취해 보고 싶다. 기도에 깊이 취해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