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래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상담할 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보여 주는 예로 이 이야기를 종종 사용하곤 한다. 우리 배가 뉴욕 항에 들어갈 때 나는 배의 타륜(舵輪)을 잡고 있었다. 배에는 도선사(導船士)가 타고 있었는데, 그는 선장과 함께 선교(船橋) 오른쪽에서 오른쪽 방향을 바라보며 자신이 알고 있는 뉴욕 사람들에 대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목적지에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배 앞에 위험한 바위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우리가 향하고 있는 부두는 배의 왼쪽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왜 선장이 배를 왼쪽으로 돌리는 지시를 내리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 수도 없었다.
마침내 나는 신경이 곤두선 나머지 해서선 안 될 일을 했다. 내 의견을 큰 소리로 밝힌 것이다. 지시받은 대로만 움직이면서 "예, 예"라는 말밖에 못 하는 타수는 단조로운 기계 부품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선장님, 죄송합니다만 지금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지 않습니까?" 선장은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러더니 마침내 최대한 엄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다른 지시를 내리기 전까지 지금 그대로 가게." 나는 "예, 예, 선장님. 지금 그대로 가겠습니다" 하고 대답하고, 바위를 향해 계속 나아갔다. 선장은 본래 있던 선교에 그대로 머무르면서 여전히 잘못된 방향인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 분이 흘렀다. 내게는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마침내 선장이 소리쳤다. "왼쪽으로." 나는 크게 안도하면서 타륜을 꺾었고, 배는 부두를 향해 나아갔다.
그 때까지도 나는 선장과 도선사가 바라보고 있던 것이 바로 항구에 있는 두 개의 위치 표지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 두 표지가 일렬이 될 때 방향을 꺾어야 안전하게 부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왼쪽에는 내가 보지 못한 바위들이 물 속에 숨어 있었다. 만약 내 판단대로 방향을 틀었다면 그 바위에 부딪쳐 배가 침몰하고 말았을 것이다. 항구의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던 도선사는 두 표지가 일렬이 되는 시점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표지들은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 있었다.
그 때 이후로 나는 주님께 내가 진로를 바꾸어야 하는지 여쭈어 보곤 했다. 주님께서는 종종 말씀하셨다. "내가 지시를 내리기 전까진 지금 그대로 가거라." 나는 먼 장래의 계획에 대해 염려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내가 해야 할 것들을 말씀해 주실 시간이 넉넉히 있기 때문이다. 그가 선장이시다. 나는 타수일 뿐이다. 내가 성 미가엘 신학원을 떠나기로 계획했던 시기보다 1년 앞서 사임하겠다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을 때에도 그러했다.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하라고 지시를 내리셨고, 그 지시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 1년 동안 우리는 예수원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그 일에 착수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을 얻었던 것이다. 그 계획들을 세울 때 우리는 주님께 인도를 받았으며, 지금도 마찬 가지이다. 그리고 나의 장래에 대한 계획 또한 그렇게 계속 인도함 을 받을 것이다. 그가 지시를 내리시기 전까지, 지금 그대로 가리라.”
(252-2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