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방/영감있는 글

<대천덕 자서전 : 개척자의 길> 중에서

작은우리큰예수 2025. 6. 30. 23:30

나는 장래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상담할 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보여 주는 예로 이 이야기를 종종 사용하곤 한다. 우리 배가 뉴욕 항에 들어갈 때 나는 배의 타륜(舵輪)을 잡고 있었다. 배에는 도선사(導船士)가 타고 있었는데, 그는 선장과 함께 선교(船橋) 오른쪽에서 오른쪽 방향을 바라보며 자신이 알고 있는 뉴욕 사람들에 대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목적지에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배 앞에 위험한 바위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우리가 향하고 있는 부두는 배의 왼쪽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왜 선장이 배를 왼쪽으로 돌리는 지시를 내리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 수도 없었다.

 

마침내 나는 신경이 곤두선 나머지 해서선 안 될 일을 했다. 내 의견을 큰 소리로 밝힌 것이다. 지시받은 대로만 움직이면서 ", "라는 말밖에 못 하는 타수는 단조로운 기계 부품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선장님, 죄송합니다만 지금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지 않습니까?" 선장은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러더니 마침내 최대한 엄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다른 지시를 내리기 전까지 지금 그대로 가게." 나는 ", , 선장님. 지금 그대로 가겠습니다" 하고 대답하고, 바위를 향해 계속 나아갔다. 선장은 본래 있던 선교에 그대로 머무르면서 여전히 잘못된 방향인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 분이 흘렀다. 내게는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마침내 선장이 소리쳤다. "왼쪽으로." 나는 크게 안도하면서 타륜을 꺾었고, 배는 부두를 향해 나아갔다.

 

그 때까지도 나는 선장과 도선사가 바라보고 있던 것이 바로 항구에 있는 두 개의 위치 표지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 두 표지가 일렬이 될 때 방향을 꺾어야 안전하게 부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왼쪽에는 내가 보지 못한 바위들이 물 속에 숨어 있었다. 만약 내 판단대로 방향을 틀었다면 그 바위에 부딪쳐 배가 침몰하고 말았을 것이다. 항구의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던 도선사는 두 표지가 일렬이 되는 시점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표지들은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 있었다.

 

그 때 이후로 나는 주님께 내가 진로를 바꾸어야 하는지 여쭈어 보곤 했다. 주님께서는 종종 말씀하셨다. "내가 지시를 내리기 전까진 지금 그대로 가거라." 나는 먼 장래의 계획에 대해 염려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내가 해야 할 것들을 말씀해 주실 시간이 넉넉히 있기 때문이다. 그가 선장이시다. 나는 타수일 뿐이다. 내가 성 미가엘 신학원을 떠나기로 계획했던 시기보다 1년 앞서 사임하겠다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을 때에도 그러했다.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하라고 지시를 내리셨고, 그 지시에는 이유가 있었다. 1년 동안 우리는 예수원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그 일에 착수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을 얻었던 것이다. 그 계획들을 세울 때 우리는 주님께 인도를 받았으며, 지금도 마찬 가지이다. 그리고 나의 장래에 대한 계획 또한 그렇게 계속 인도함 을 받을 것이다. 그가 지시를 내리시기 전까지, 지금 그대로 가리라.”

 

(252-254쪽)

'목회자의 방 > 영감있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체의 욕구  (0) 2025.06.13
지옥과 천국  (1) 2025.06.13
좋은 시 한 편  (0) 2025.04.22
항해 중에  (0) 2025.04.12
기도에 관하여 (대천덕 신부님 자서전 중에서, 180쪽)  (0) 2025.03.23